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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 말 없는 역할로 ‘밝은 배우’의 틀을 깨다

Penelope H. F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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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빈
채수빈
Photo: K-POPIT 케이팝잇 /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출생1994년 7월 10일
Anyang, South Korea
직업배우
대표작새콤달콤, Omniscient Reader: The Prophecy, 해적: 도깨비 깃발
수상KBS Drama Awards · APAN Star Awards · Max Movie Awards · 3 MBC Drama Awards · SBS Drama Awards

채수빈(Chae Soo-bin)은 배우 생활의 대부분을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드라마에 불려가는 배우로 보냈다. 궁중 로맨스의 헌신적인 두 번째 여주인공, 안드로이드인 척 연기하도록 고용된 젊은 여성,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일을 배워가는 공항 신입 직원이 그런 역할이었다. 그러다 목소리를 빼앗긴 배역을 받아들였다.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어린 시절부터 말을 하지 않은 수어 통역사 홍희주를 연기한 그는, 유연석이 대사를 맡는 동안 눈빛과 손짓만으로 장면을 이끌어야 했다. 이 작품은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가운데 가장 큰 해외 성공을 거뒀다. 이제 그의 경력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그 작품은 잠시 길을 벗어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배우로 거듭나는 출발점이었을까.

크레디트에 올라가는 이름은 예명이다. 태어날 때 등록된 이름은 배수빈이었다. 서울 남쪽의 위성도시 안양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웃한 과천에서 학교에 다닌 뒤 건국대학교에 입학했다. 작은 무대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던 그는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카메라 앞에 설 기회를 얻었다.

스크린 데뷔는 2014년,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조금씩 이뤄졌다. 영화 나의 독재자에 잠깐 출연했고, MBC 단막극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후 TV 출연은 빠르게 이어졌다. 2015년에는 KBS 주말 가족극 파랑새의 집과 고등학교 치어리딩을 다룬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 출연했고, 그해 KBS 연기대상과 APAN Star Awards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도약의 발판은 화면 한쪽에서 마련됐다. 2016년 박보검과 김유정이 주연한 KBS2 궁중 로맨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를 향한 마음이 끝내 보답받지 못하는 젊은 양반가 규수 조하연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그해 가장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 중 하나가 됐다. 같은 시기 데이비드 해로어의 Blackbird 한국 공연에서는 우나 역을 맡았다. 열두 살 때 자신을 학대한 나이 든 남자와 마주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2인극으로, 궁궐의 비단옷과는 무대 위에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작품이었다.

2년도 채 되지 않아 세 편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의적 홍길동을 다룬 MBC 시대극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홍길동과 운명을 함께하기로 한 송가령을 연기했고, 이 역할로 방송사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한 몸에 담긴 두 인물을 연기했다. 돈이 궁한 젊은 여성 조지아와, 그의 모습을 본떠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아지3다. 조지아는 사람의 접촉만으로 발진이 일어나는 부유한 은둔자(유승호 분) 앞에서 아지3인 척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 작품은 닐슨 시청률 약 4%로 경쟁작에 뒤진 채 출발했지만, 대신 해외에서 시청자를 찾았다.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여우각시별에서는 신입 직원 한여름 역으로 이제훈과 호흡을 맞췄고, 이번에는 SBS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여기서부터 그의 경력을 둘러싼 흔한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해진다. 상은 계속 이어졌지만, 2018년 이후 주연작이 화제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2020년 반의 반, 2022년 너와 나의 경찰수업과 넷플릭스 패션 드라마 더 패뷸러스는 그의 입지를 바꾸지 못한 채 지나갔다.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도 출연진의 연기보다 마지막 반전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 문제는 재능이 아니라 캐스팅의 방향이었다. 제작진은 그를 호감 가는 배우로 믿고 기용했지만, 호감은 알아봐 달라고 내세우기 가장 어려운 자질이다. 그 시기 가장 위험을 감수한 작업은 무대에서 이뤄졌다. The Student and Monsieur Henri의 콩스탕스 역, 그리고 2023년 서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서울예술의전당 제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비올라 역이 그랬다. 서울 밖의 관객은 그 공연을 접하기 어려웠다. 반등에도 아쉬운 지점은 있다. 유상아 역을 맡은 대작 판타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2025년 7월 한국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지만,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600만~700만 관객에 한참 못 미친 채 관객 100만 명을 넘기는 데 2주가 걸렸다.

변화는 비행기 안에서 시작됐다. 2024년 6월 개봉한 하이재킹은 그해 발생한 대한항공 F27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채수빈은 하정우, 여진구와 함께 기내에 갇힌 승무원을 연기했다. 그를 사랑스러운 인물이 아니라 위험에 처한 성인으로 바라본 작품에서 맡은 작은 배역이었다.

그해 11월 MBC에서 방영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지금 거신 전화는이 찾아왔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스릴러로, 납치범의 전화 한 통이 홍희주와 유연석이 연기한 공적인 인물 사이의 냉랭한 정략결혼에 균열을 낸다. 침묵은 그에게 잘 어울렸다. 대사가 사라지자 그를 특정한 이미지에 가두던 밝은 분위기는 주변을 살피고 경계하는 기색으로 바뀌었다. 드라마 시청률은 첫 방송의 5.5%에서 2025년 1월 최종회 8.6%까지 올라 자체 최고 기록을 썼고,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 글로벌 순위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MBC는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연기상과 유연석과 함께 받은 베스트 커플상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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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공이 그에게 무엇을 가져다줬는지 확인할 작품은 2026년 10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박수원이 연출한 10부작 나를 충전해줘는 어린 시절 벼락을 맞은 뒤 전기 충격을 내뿜게 된 드라마 작가 나보배 역에 채수빈을 캐스팅했다. 인공 심장의 전력이 바닥나고 있는 상속자 역은 김영광이 맡았다. 초반 리뷰들은 예측 가능한 줄거리를 지적하면서도 그의 코믹한 반응 연기를 거듭 언급했다. 업계가 교훈을 절반만 받아들였다는 뜻일 수 있다. 그를 다시 주목받게 한 작품보다 가벼운 드라마지만, 이번에는 그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몇 주 전 그는 박보검, 김유정, 진영, 곽동연과 함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10주년 기념 특집에 다시 모였다. 한때 두 번째 줄에서 동료 배우들을 받쳐주던 그는 이제 출연진 곁에 나란히 섰다.

다음 작품은 SBS 드라마 꽃은 미끼야다. 웹툰 꽃은 미끼야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그는 나무병원을 운영하는 수목의사이자 더는 사랑을 믿지 않는 소이연을 연기한다.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상속자 역은 우도환이 맡는다. 촬영은 올가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7년 방영이 예상된다. 지금 거신 전화는 이후 첫 지상파 드라마인 이 작품은 한국 방송계가 그를 어떤 배우로 규정했는지, 아니면 그가 스스로 그 답을 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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