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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s: 재치 있는 개그도 어수선한 설정은 구하지 못한다

Martin C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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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s〉의 첫 장면은 도발적인 분위기로 문을 연다. 잭 화이트홀(Jack Whitehall)이 연기한 바람둥이 찰스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로봇 복제체가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여성을 유혹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인공지능의 윤리와 인간관계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영화는 초반에 내건 기대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다.

캐스퍼 크리스텐슨(Casper Christensen)과 앤서니 하인스(Anthony Hines)가 연출한 〈Robots〉는 부유한 교외 주민 찰스(화이트홀)와 일레인(샤일린 우들리)이 혼란스러운 연애 생활을 꾸려 나가기 위해 불법 안드로이드 복제체를 이용하는 이야기를 그린 SF 로맨틱 코미디다. 로봇들이 사랑에 빠져 통제를 벗어나자, 두 사람은 자신들의 비밀이 당국에 발각되기 전에 로봇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힘을 합친다. 로버트 셰클리(Robert Sheckley)의 1963년 단편 「The Robot Who Looked Like Me」를 바탕으로 유머와 로맨스, SF를 한데 엮으려 하지만, 영화는 종종 스스로 벌여 놓은 욕심에 발목을 잡힌다.

〈Robots〉가 제 몫을 하는 순간은 작품의 황당함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때다. 로봇의 유리 눈을 둘러싼 반복 개그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코미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단순한 시각적 농담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로봇의 눈을 거듭 찌르는 장면에서는 진짜 웃음이 터진다. 「The Three Stooges」 같은 고전 코미디의 슬랩스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대사 전달도 화이트홀의 장점이다. 영화가 힘을 잃는 순간에도 특유의 재치와 타이밍이 살아 있어,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찰스가 의외로 흥미로운 주인공으로 다가온다.

한편 우들리 역시 일레인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지만, 캐릭터는 찰스에 비해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다. 일레인은 남성들에게서 돈과 선물을 뜯어내기 위해 로봇 복제체를 이용하는 속물로 등장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나 과거사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물의 깊이가 부족하다 보니 일레인의 변화도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특히 후반부에서 큰 감정적 변화를 겪어야 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안타깝게도 영화의 유머는 자주 힘을 잃는다. 대사가 간혹 날카롭게 번뜩이기는 하지만, 저속한 농담과 뻔한 웃음 포인트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 찰스와 일레인이 어설픈 시도를 거듭하며 로봇 복제체를 되찾으려는 2막에서는 이야기가 제자리에 맴돌아 속도감도 떨어진다. 로맨스와 코미디, SF를 조화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의 급격한 변화를 낳는다.

조연진의 활약은 들쭉날쭉하다. 안드로이드들을 만든 엔지니어 잭 역의 폴 러스트(Paul Rust)는 부족한 웃음을 보충해 주지만, 캐릭터를 충분히 활용하지는 못한다. 테드 주니어 역의 닉 러더퍼드(Nick Rutherford)와 애슐리 역의 폴 유레비츠(Paul Jurewicz)는 등장 시간이 더 짧아, 이들의 역할도 다소 겉도는 인상으로 남는다.

연출 역시 우려를 낳는 지점이다. 크리스텐슨과 하인스는 일관된 시각적 스타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촬영은 대체로 평범하고 개성이 부족하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미래적인 안드로이드 자체를 비롯해 인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단순히 기능적인 수준을 넘어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으로 끌어올릴 만큼 통일성이나 세부 묘사가 갖춰지지는 않았다.

〈Robots〉는 정체성과 자의식, 공감에 관한 생각을 다루지만, 이런 주제는 종종 코미디에 가려진다. 로봇들이 자의식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매력적인 서사 장치지만, 영화는 로봇의 존재가 불러오는 윤리적 쟁점이나 인간들이 맞닥뜨린 도덕적 딜레마를 끝까지 파고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말은 뜻밖의 수확이다. 속죄의 순간, 찰스는 안드로이드들이 멕시코로 도망쳐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놓아준다. 공감과 자의식이라는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드문 장면이다. 찰스와 일레인이 결혼식에서 상징적으로 자신들의 로봇 복제체 자리를 대신하는 마지막 장면도 충분한 감정적 울림을 전한다.

〈Robots〉는 재앙에 가까운 영화는 아니지만, 스스로 지향하는 영리하고 전복적인 코미디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벼운 SF 코미디를 즐기는 관객, 특히 우디 앨런이나 미셸 공드리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제법 어필할 수 있다. 반면 AI 윤리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나 정교하게 짜인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Robots〉는 평범함과 오래 기억될 만한 무언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영화다. 웃음을 자아내는 순간과 화이트홀의 연기처럼 분명 장점도 있지만, 끝내 만족스러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지는 못한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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