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 놀란이 앞과 뒤로 동시에 달리게 만든 스릴러

Molly Se-kyung

총알 하나가 벌집이 된 벽에 박혀 있다. 그러다 갑자기 사라진다. 총알은 방을 가로질러 뒤로 튀어, 아직 발사되지 않은 총의 총열 속으로 쏙 들어간다. 실험실의 한 여자가 그 광경을 보며 옆의 남자에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테넷은 이런 작은 역행으로 문을 연다 — 위로 흐르는 물, 한 몸이 다른 몸의 흐름을 거슬러 움직이는 격투 — 그리고 그 하나하나가 이 영화 전체가 전달하기 위해 지어진 단 하나의 발상에 대한 리허설이다.

그 발상은 인버전(역행)이다. 엔트로피가 거꾸로 흐르는 사물, 그리고 마침내 사람. 그들에게는 결과가 원인보다 먼저 온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것을 밝혔다가 소진해 버리는 속임수로 다루지 않는다. 건축으로 다룬다. 시나리오는 한가운데서 접혀, 후반부가 전반부를 거꾸로 다시 연기하도록 짜였고, 액션은 어느 방향으로 읽어도 통하게 안무되었으며, 제목 자체가 오래된 라틴어 방진에서 따온 회문이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사 — “이해하려 하지 마. 느껴.” — 는 관객을 향한 사용 설명서이자 동시에 영화의 알리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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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연은 구조다

그 하나의 결정을 따라가면 영화의 최선과 그 대가가 같은 자리에서 발견된다. 호이트 판 호이테마가 IMAX 70mm와 65mm로 찍은 시퀀스들은 거대하고, 무엇보다 진짜다. 놀란은 퇴역한 보잉 747을 사들여 CG로 그리는 대신 실제로 건물에 들이받았고, 절정의 ‘시간적 협공’은 두 팀을 시간의 정반대 끝에서 같은 전투로 밀어 넣는다. 〈듄〉으로 바빴던 한스 짐머를 대신한 루드비히 예란손이 맥동하는 회문적 전자 스코어로 전부를 밀어붙인다. 그리고 여기에 대가가 있다. 그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이 대사 위에 얹혀 대사를 묻어 버려서, 애써 따라가려는 줄거리가 절반쯤 들리지 않는다. 놀란은 이 선택이 의도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평범한 잣대로 보아도, 스릴러가 관객에게 진 단 하나의 빚 —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것 — 을 거부하는 스릴러이기도 하다.

기계에 맞선 얼굴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주인공으로서 날렵하고 기민하며 매력적이지만, 배역은 설계상 수수께끼다. 이름도 과거도, 거의 내면도 없는 남자 — 무언가가 일어나는 인물이라기보다 줄거리가 통과해 가는 기능이다. 온기,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아름답게 감춰 둔 반전은 로버트 패틴슨의 닐에게 있다. 그 느긋한 매력은, 지금까지 본 모든 것을 조용히 재배열하는 폭로를 숨긴다.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캣에게 이 영화 유일의 진짜 통증을 준다 — 케네스 브래너가 연기하는 죽어 가는 올리가르히 안드레이 세이터에게 사로잡힌 어머니. 세이터는 자신의 몰락에 세계까지 끌고 들어가려 한다. 브래너는 위협을 굵은 붓으로 연기한다. 데비키는 대가를 진심으로 연기한다.

이 영화는 2020년 늦여름, 팬데믹 한복판에서 극장 광역 개봉을 건 첫 스튜디오 대작으로 도착했다. 극장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는지를 가늠할, 지정된 시험대였다. 그 도박은 영화를 피뢰침으로 만들었다. 절반쯤 빈 객석에서 전 세계 약 3억 6500만 달러 — 다른 어느 해였다면 흥행이었을, 그러나 그해에는 발을 헛디딘 것으로 읽힌 숫자다. 반응은 영화 그 자체처럼 쪼개졌다. 누군가는 볼거리와 퍼즐에 자신을 내맡겼고, 누군가는 무덤덤하게, 미심쩍게, 설명을 들어내지 못한 채 극장을 나섰다.

〈테넷〉(2020)의 한 장면,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테넷〉(2020),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이 점수의 이유

독창성은 진짜고 장인정신은 완전하다. 이런 형태의 블록버스터는 달리 없으며, 관객의 손에 4억 달러짜리 회문을 쥐여 줄 배짱을 가진 감독도 드물다. 그러나 그 영리함이 곧 천장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원칙적으로 당신을 멀찍이 둔다. 인물은 사람이라기보다 위치다. 이해하기보다 느끼라는 그 유명한 명령은, 스스로를 정말로 느끼기 어렵게 만들어 버린 영화를 너무 자주 가려 준다. 모든 각도에서 감탄스럽고 거의 어느 각도에서도 가슴을 울리지 않는, 장려한 기계다. 눈이 부신 채로, 그리고 조금은 서늘해진 채로 극장을 나오게 된다.

〈테넷〉은 2020년 개봉했다. 각본과 연출은 크리스토퍼 놀란, 촬영은 호이트 판 호이테마, 음악은 루드비히 예란손.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케네스 브래너가 출연하며, 상영 시간은 150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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