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필름 누아르에서 ‘디파티드’까지, 범죄 영화는 규칙이 바뀔 때마다 새로 태어났다

검열, 망명 감독들, 등급 제도, 그리고 홍콩 영화 리메이크까지. 외부의 압력이 범죄 영화 100년을 어떻게 빚어냈나
Liv Al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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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영화의 역사는 흔히 걸작의 행렬로 소개되지만, 우회로를 거듭 찾아온 이야기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하다. 화면 속 범죄자가 어디까지 행동하고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칙이 바뀔 때마다 장르도 새로운 모습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그림자 속에서, 다음에는 피비린내 속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빌려오는 방식으로 말이다. 살인자와 도둑, 부패한 경찰을 중심에 둔 장르가 영화사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여럿 낳은 것도 바로 이런 적응력 덕분이다.

가장 단순하게 말하면, 범죄 영화는 범죄 행위와 이를 저지르거나 수사하거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 할리우드의 첫 번째 전성기를 이끈 장르는 갱스터 영화였다. Little Caesar, The Public Enemy, Scarface는 에드워드 G. 로빈슨, 제임스 캐그니, 폴 무니를 관객이 응원하는 건달로 그려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바로 그 매력이 검열 당국의 개입을 불러왔다. 조지프 브린이 이끄는 프로덕션 코드 관리국이 통제권을 쥐자, 승인 도장 없이는 어떤 영화도 미국 극장에서 상영될 수 없었고, 범죄는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그려야 했다.

필름 누아르는 그런 제약 속에서 자라났다. 대부분의 비평가는 험프리 보가트가 샘 스페이드를 연기한 존 휴스턴의 The Maltese Falcon(1941)부터 오슨 웰스의 Touch of Evil(1958)까지를 고전기 누아르의 흐름으로 본다.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 제임스 M. 케인 같은 작가들의 하드보일드 이야기를 비에 젖은 도시의 거리에서 어둡고 절제된 흑백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그 시각적 스타일은 프리츠 랑, 로버트 시오드막, 빌리 와일더 같은 유럽 출신 망명 영화인들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와일더의 Double Indemnity는 케인의 소설을 각색했다. ‘누아르’라는 이름은 파리에서 나왔다. 1946년 비평가 니노 프랑크는 L’Écran français에 기고하며, 점령기 이후 프랑스에 들어온 미국 스릴러 영화들에 이 명칭을 붙였다.

유럽은 새로운 영화적 도구도 되돌려 보냈다. 할리우드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줄스 다신은 프랑스에서 Rififi를 만들었고, 1955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거의 30분 동안 대사 없이 진행되는 강도 장면은 이후에도 하이스트 영화가 따르는 기본 틀이 됐다. 미국에서는 프로덕션 코드가 무너지고 있었다. 아서 펜의 Bonnie and Clyde(1967)는 기존 규정으로는 결코 허용되지 않았을 폭력의 분출로 끝났고, 1968년 11월 영화계는 프로덕션 코드를 등급제로 대체했다.

새로 얻은 자유는 지금도 이 장르의 위상을 규정하는 10년을 열었다. The French Connection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The Godfather가 2년 연속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고,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하고 로버트 타운이 각본을 쓴 Chinatown은 누아르를 컬러로 다시 빚어냈다. 비평가들이 네오누아르라 부르게 될 작품의 기준이었다. 20년 뒤에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Goodfellas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Pulp Fiction이 보이스오버와 대중음악 사운드트랙을 중심으로 형식을 다시 세웠다. 1994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Pulp Fiction은 여기에 뒤섞인 시간 순서를 더했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섰다. 앤드루 라우와 앨런 막이 연출한 홍콩 스릴러 Infernal Affairs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The Departed로 다시 만들어졌고, 이 작품은 작품상을 받으며 그에게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겼다. 2004년에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끈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이 박찬욱의 Oldboy에 심사위원대상을 수여했다. 프랑스의 폴라르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36 Quai des Orfèvres를 연출하기 전 경찰로 근무했던 올리비에 마르샬은 이제 넷플릭스의 Squad 36 같은 경찰 스릴러를 만든다.

검열 당국의 승인 도장 아래 할리우드가 빚어낸 장르에 이름을 붙인 이는 프랑스 비평가였고, 21세기 들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범죄 영화 가운데 하나는 홍콩 스릴러를 보스턴 배경으로 다시 풀어낸 작품이다. 범죄 영화는 언제나 국경을 넘어 밀반입될 때 가장 빛났다.

출연진

사진: The Movie Database (T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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